지하철 몰카 불법촬영 양형자료, 범죄심리소견서 재판부 제출

 

사람은 흔히 ‘그럴 의도가 없었다’는 말로 자신의 행동을 설명하려 합니다. 그러나 의도가 없었다는 말과, 결과가 없었다는 말은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집니다. 특히 타인의 인권과 존엄이 훼손되는 범죄에서는 그 차이가 더욱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이번 사례 역시 평범한 일상의 틈에서 시작되었지만, 결과적으로는 한 사람의 인생과 마음, 그리고 관계에 깊은 상처를 남기는 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

가해자는 명확한 범죄 의도를 갖고 일상을 계획적으로 살아온 인물로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일정한 직업을 가지고 있었고, 사회적 관계에서도 큰 문제를 드러내지 않으며 살아왔던 인물이었습니다. 겉보기에 드러난 모습만 보자면, 위험 신호를 쉽게 포착하기 어려운 유형이었습니다. 하지만 내면에는 오랫동안 정리되지 않은 왜곡된 성 인식과 책임감 부족이 조용히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사건 당시 가해자는 강한 스트레스와 불안감에 노출된 상태였습니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사회적 압박, 자신에 대한 평가에 대한 두려움이 오랫동안 누적되어 있었습니다. 이 긴장은 적절한 방식으로 해소되지 못했고, 결국 순간적인 선택을 자제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이어지고 말았습니다. 합리적 판단보다는 욕구가 먼저 작동했고, 이 선택이 실제 행동으로 연결되면서 회복하기 어려운 결과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의 입장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습니다. 이는 단순한 판단 실수가 아니라, 타인을 독립된 한 사람으로 인식하지 못한 채 자신의 욕구와 상황에만 집중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인식의 균열이 바로 성인지 왜곡의 본질적인 문제입니다. 인간 관계의 기본 원칙이 무너진 자리에, 자기 중심적인 사고가 자리 잡게 되었고 그 결과가 범죄로 드러난 것입니다.

사건 이후 가해자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심리 상태를 경험하게 됩니다. 불안, 우울, 수치심, 극심한 자기 비난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며, 일상적인 생활 리듬마저 흔들리게 됩니다. 자신이 사회에서 받아야 할 비난과 시선에 대한 두려움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피해자에게 남겼을 고통에 대한 자각이 점점 더 무겁게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상담 과정에서 관찰된 특징 중 하나는 자존감의 급격한 붕괴였습니다. 스스로를 완전히 부정적으로 바라보며 존재 자체를 가치 없다고 느끼는 상태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이 감정은 단순한 후회를 넘어, 자기 자신을 벌하고 싶다는 생각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이 상태는 진정한 책임과는 다른 방향일 수 있으며, 자칫 또 다른 위험을 부를 수 있기 때문에 섬세한 개입이 필요했습니다.

또한 분노 역시 내부를 향해 쌓여 있었습니다. 그 분노는 타인을 탓하는 방향으로 표출되지 않았지만, 자기 파괴적인 형태로 축적되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이 감정이 제대로 다뤄지지 않을 경우 또 다른 왜곡된 방식으로 분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분노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이해하고 다루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한편, 평가 과정에서 공감 능력 자체가 완전히 결여되어 있지는 않다는 점도 확인되었습니다. 이는 가해자가 근본적으로 타인의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인물이기보다, 특정 상황에서 왜곡된 욕구가 공감을 압도한 경우에 가깝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요소는 재범 가능성을 판단하고 교정을 설계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사회적 맥락에서 이 사건은 단일 개인의 문제로만 볼 수 없습니다. 왜곡된 성 인식은 단지 한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왜곡된 정보, 잘못된 학습 환경, 부재한 교육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우리 사회가 성, 동의, 관계, 존중에 대해 얼마나 구체적으로 교육하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하는 지점입니다. 처벌과 규제만으로는 이러한 구조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재범 방지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다시는 하지 않겠다’는 말이 아니라, ‘어떻게 하지 않을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입니다. 가해자에게는 위험 신호를 스스로 인식하고, 그 상황을 회피하며, 대체 행동으로 전환할 수 있는 실제적인 방법이 필요합니다. 이는 반복적인 교육과 훈련을 통해 몸에 익혀야 하는 영역입니다.

또한 지속적인 상담과 외부 개입이 유지되어야 합니다. 단기적인 반성은 시간이 지나면서 흐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기적인 점검과 성찰, 그리고 사회적 규범에 대해 다시 배우는 과정이 병행될 때만 변화는 실제 삶에 정착될 수 있습니다. 이는 가해자를 위한 특혜가 아니라, 미래의 피해자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입니다.

정서적으로 볼 때, 가해자는 깊은 후회와 상실감 속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러나 이 감정이 피해자의 삶을 진심으로 존중하는 방향으로 이어진다면, 그 후회는 의미 있는 책임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과정이 결코 쉽게 소비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진정한 변화는 보여주기식이 아닌, 보이지 않는 일상 속에서 지속되어야 합니다.

이 글이 특정 인물을 이해하거나 옹호하기 위함이 아님은 분명합니다. 목적은 오직 하나, 피해자의 고통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사회적 성찰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성찰이 현실적인 예방과 교육, 상담 정책으로 연장되어야 함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 결과에 대한 책임까지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은 그 누구도 없습니다. 사회는 그 책임을 분명히 묻되, 다시는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구조를 정비해야 합니다.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정의이며,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방향입니다.

도움이나 상담이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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